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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의 인재전략을 다시 묻다

AI가 누구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하면서 기업의 인재전략이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다. 무엇을 얼마나 자동화할 것인가를 넘어, AI 시대에도 필요한 인간의 판단력과 책임감, 학습 능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사와 관련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경ESG] 커버스토리 - AI 시대, 다시 쓰는 인재전략 ① 총론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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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기업의 인재전략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AI는 보고서 작성과 자료 검색을 돕는 생산성 도구로 등장했지만 현재는 채용, 평가, 배치, 교육, 조직 설계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략 변화의 시작은 AI와 사람이 할 일을 구분하고, AI가 한 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나아가 AI를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이식하기 위한 조직 개편과 AI에 과도하게 의존해 발생하는 개인의 역량 저하를 막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가장 큰 변화는 채용에서 시작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19일 AI 시대에 채용 방식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로 인해 제출받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상당수가 비슷해졌고, 채용 담당자들이 저품질 지원서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추천과 실제 과제, 대면 평가 등 지원자의 능력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채용 제도를 바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신입 채용의 ‘4년제 학사 이상’ 조건을 없애고 경험과 직무 역량,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7월에는 자기소개서 중심 전형에서 벗어나 AI 활용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등을 살펴보는 ‘반나절 심층면접’을 도입했다. 학력과 정형화된 스펙보다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려는 움직임이다.

블랙박스에 갇힌 ‘HR’

평가에서도 변화는 크다. AI가 초안 작성과 분석을 대신하면서 직원들의 결과물 수준은 빠르게 높아졌다. 결과물의 격차는 줄었지만 누가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AI의 오류를 누가 찾아낼 수 있는지, 예상 밖의 상황에서 누가 책임지고 판단할 수 있는지는 완성된 결과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기업의 평가 기준이 ‘무엇을 만들었는가’에서 ‘어떻게 만들었는가’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졌다. 김영기 산업정책연구원장은 “AI가 채용과 평가, 배치, 승진, 징계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결과를 설명하고 최종 판단을 승인할 책임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사람의 판단을 돕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에 관여할수록 기업은 인간의 책임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평가에서 저평가를 받은 사람에게 “AI가 그렇게 판단했다”고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누가 결과를 검토했는지,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가 인사 시스템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블랙박스에 갇힌 인사(HR)는 법적 리스크도 키운다. 박정택·조수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AI를 활용하더라도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한다.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에 불리한 판단을 내리거나 직원 데이터를 과도하게 감시하는 문제, AI의 판단을 근거로 해고하는 문제도 결국 기업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두 변호사는 채용은 투명하게, 평가는 설명 가능하게, 해고는 사람의 책임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동화의 역설, 탈숙련

채용과 인사를 벗어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AI가 일을 잘할수록 사람이 배우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글로벌 경영진 7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은 이미 조직에서 ‘탈숙련’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임원의 53%는 주니어 인재의 성장 둔화를 경고 신호로 꼽았다. 조사와 초안 작성, 간단한 분석처럼 신입 직원이 직접 부딪치며 배우던 일을 AI가 맡으면 당장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반면 몇 년 뒤 복잡한 문제를 맡을 중간관리자와 리더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경험은 줄어들 수 있다.

BCG는 자동화 여부를 비용 절감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기업은 ‘AI가 이 일을 할 수 있는가’와 함께 ‘사람이 이 일을 하면서 무엇을 배우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도 신입 직원이 판단력과 맥락을 익히는 데 필요한 업무라면 일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대로 반복적이고 학습 효과가 작은 업무는 적극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효율과 인재 육성을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하나의 업무 설계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평가와 보상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AI를 많이 활용하거나 결과물을 빨리 만드는 직원에게만 보상하면 사고 과정을 AI에 맡기는 행동이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AI의 어떤 답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다른 의견을 검토한 뒤 판단을 어떻게 바꿨는지까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AI를 ‘정답 기계’가 아니라 반론과 대안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중학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AI와 일할 때 기존 인지능력의 영향은 줄어드는 반면 학습 민첩성과 ‘의심하는 힘’, 적절한 위임 능력의 중요성은 커진다고 분석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체감 생산성을 10배 이상 높였다는 이 교수 역시 기업의 목표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에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직원이 AI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조직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 인재전략의 경쟁은 더 좋은 AI를 먼저 도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에 맡길 일과 사람에게 남길 경험을 구분하고, 결과물이 아니라 판단 과정을 평가하며, AI가 내린 결론에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어느 부서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스킬을 갖고 어떤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라며 “AI가 기업에 들어오면 결국 모두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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